정병율 서현기술단 대표
수주 기원제. 건설엔지니어링사들이 한 해를 시작하기 앞서 으레 갖는 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그 발걸음이 무겁다.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이 축소된 데다,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해 역대급 수주실적을 달성하고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올해는 특히 BIM(빌딩정보모델링), PM(통합사업관리), 설계 주도형 기술형입찰 등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과제들도 발걸음을 뗄 전망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업계는 한 해 농사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을까. <대한경제>가 주요 건설엔지니어링사 CEO들을 직접 만났다.
정병율 서현기술단 대표.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정병율 서현기술단 대표는 오는 2027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종합건설엔지니어링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서현기술단은 그간 철도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설계 450억원, 감리 130억원 등 580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쌓았다.
평택~오송 복복선화 2공구 및 3공구 기술형입찰을 연달아 수주한 데 이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노선 실시설계, 궤도성능평가 및 정밀진단 분야 등 철도 분야를 주축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신설부서인 도로사업본부에서도 30억원의 수주 성과를 내며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정 대표는 “서현기술단은 2007년 이후 업계가 주목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궜다”며 “사업을 추진하면서 임직원들이 A/S(After-Service) 등에 적극 나서며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1~2년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철도산업에서의 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 적극 나서는 등 종합건설엔지니어링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서현기술단의 수주 목표는 600억원 수준이다. 설계 부문은 35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다소 줄었다. 전반적으로 물량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목표치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대신 감리 부문에서 100억원 이상 수주 곳간을 더 채우기로 했다. 기존 철도 감리에 더해, 신규 공략 대상인 궤도 유지보수 및 시공분야, 도로와 상하수도 등에서 시너지를 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특히 올해는 궤도사업본부 내 시공전담팀을 따로 둬 공격적인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억원을 투자해 관련 장비를 들여온 데 이어, 궤도공사업면허 신청까지 완료한 상태다.
민간투자사업도 신규 모델인 개량 운영형 사업을 비롯해 수도권 등 2~3건의 철도 분야 제안을 검토 중이다.
정 대표는 “올해 신설한 전략기획실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 물론, 서현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민자사업 확장에 힘 쏟을 것”이라며 “민자사업은 특히 운영 리스크를 커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게 핵심인 만큼 전략기획실도 이런 부분에 역점을 둘 것이고, 그에 걸맞은 인력을 중심으로 꾸렸다”고 설명했다.
철도 분야 기술력 강화를 위해 궤도 특화기술 확대를 위한 발걸음도 재촉한다.
앞서는 서현기술단이 기술 개발에 참여한 자갈궤도 개량방안이 지하철 4호선 과천선(남태령~금정) 개량사업의 최적 구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노후된 자갈궤도를 콘크리트 궤도로 급속 개량하는 기술이다.
현장에서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사전제작형 급속개량궤도(Precast Fast Improvement Track, P-FIT)’ 기술이 적용된다.
스위스 융프라우와 같은 산악철도 운영을 위해 급곡선 및 급기울기를 대비한 사전제작형 궤도 관련 기술도 지속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수주한 남부내륙철도(5공구)를 중심으로 BIM(빌딩정보모델링) 설계에도 직접 뛰어든다. 기존 전문업체에 외주를 맡겼던 방식을 탈피해 BIM 자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다.
정 대표는 “철도 쪽은 도로와 달리 아직 BIM 선형 작업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 아주 잘게 잘라 이어붙이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그간 자체 분석을 통해 스스로 역량을 갖추는 데 집중했고, 앞으로 내역팀 및 구조팀과 함께 도면, 예산내역, 공사기간 등 다양한 정보를 집약해 높은 수준의 BIM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